다육식물은 초보자도 키우기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막상 키워보면 “물을 언제 줘야 할까?”, “양은 얼마나 줘야 하지?” 하는 고민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단순한 원칙 하나를 몰라서,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반대로 방치해서 식물을 잃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깨달은 건, 다육식물은 계절에 따라 물을 주는 방법과 양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경험하며 배운 계절별 물주기 노하우를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봄과 가을, 다육이가 가장 빛나는 계절
봄과 가을은 다육식물이 활발히 자라는 계절입니다. 햇살이 따뜻하고 기온도 안정적이어서 잎이 통통하게 오르고, 새순이 쏙쏙 돋아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죠. 저는 이때 다육이를 바라보는 게 가장 즐겁습니다. 작은 잎 끝이 점점 도톰해지며 색도 짙어지는 걸 보면, 그만큼 제가 잘 돌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 성장기를 잘 몰라 실수한 적이 있습니다. 흙 겉이 조금만 말라도 물을 주곤 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흙이 늘 축축해 있고 뿌리가 상해버리더군요. 그때 깨달았죠. 성장기라고 해서 물을 과하게 주면 안 된다는 것을요.
이후에는 물주기 간격을 보통 5~7일로 두었고, 손가락을 흙 속 2~3cm 정도 넣어봤을 때 건조함이 느껴지면 그때만 물을 주었습니다. 물을 줄 땐 화분 밑으로 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흠뻑 주고, 남은 물은 반드시 버렸습니다. 예전엔 받침대에 물이 고여 있는 게 문제인지 몰랐는데, 그게 뿌리 썩음의 가장 큰 원인이더군요.
급수량은 화분 크기에 따라 달랐습니다. 작은 미니 화분은 약 30~50ml 정도면 충분했고, 지름 10~15cm 정도의 중간 화분은 100ml 이상 흘러내릴 정도로 줬습니다. 중요한 건 숫자보다는 원칙이었습니다. ‘흙이 충분히 마른 뒤 흠뻑 주기’, 이것만 지키니 잎이 더욱 탄탄해지고 색감도 선명해졌습니다.
여름, 긴장 속에서 지켜낸 다육이
여름은 솔직히 저에게 가장 힘든 계절입니다. 처음 여름을 함께 보낼 때, 저는 봄과 같은 방식으로 물을 줬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잎이 물러지고 화분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더군요. 결국 몇몇 아이들은 여름의 습기와 제 과습 관리 때문에 잃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저는 여름 물주기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여름에는 기온이 높고 습도도 높아 흙이 잘 마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드시 흙이 완전히 바싹 말랐을 때만 물을 줬습니다. 간격은 보통 10일~2주 정도였고, 작은 화분은 더 자주 확인했지만 그래도 쉽게 물을 주지 않았습니다. 겉흙만 보면 마른 것 같아도 속은 젖어 있는 경우가 많아, 나무 젓가락을 흙 속에 꽂아보고 확인한 후에야 물을 줬습니다.
물 주는 시간도 중요했습니다. 낮에는 흙이 뜨겁게 달궈져 있어서, 그때 물을 주면 뿌리에 열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저녁에 물을 줬습니다.
급수량은 성장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횟수를 확 줄였습니다. 봄·가을처럼 “조금씩 자주 주기”는 금물이었고, 여름에는 한 번 줄 때 흠뻑 주되 그 이후에는 흙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또, 여름철에는 창문을 자주 열어 통풍을 시키거나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 공기를 순환시켰습니다. 그 작은 관리 덕분에 여름에도 다육이들이 무사히 버틸 수 있었습니다.
겨울, 물을 거의 쉬어가는 시기
겨울은 다육식물이 휴면기에 들어가는 시기입니다. 성장도 멈추고,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지요. 그런데 저는 초보 때 이걸 몰랐습니다. 잎이 조금 쭈글쭈글해지는 게 안쓰러워서 자꾸 물을 줬는데, 추위와 과습이 겹쳐 결국 몇몇 다육이를 잃어야 했습니다. 그때의 아쉬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는 겨울 물주기를 완전히 달리했습니다. 겨울에는 보통 2~3주에 한 번, 어떤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주었습니다. 잎이 약간 쭈글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휴면의 모습이더군요.
물을 줄 때는 반드시 낮 시간대, 날씨가 가장 따뜻할 때 주었습니다. 아침 이른 시간이나 밤에는 기온이 낮아져 흙 속의 수분이 얼어붙을 수 있고, 그게 뿌리에 큰 손상을 주곤 했습니다. 급수량도 성장기 때의 절반 정도로 줄였고, 뿌리가 젖어 있는 시간이 오래가지 않도록 최소한으로만 주었습니다.
추운 베란다에 둔 아이들은 아예 물을 거의 주지 않고 겨울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대신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두고, 필요할 땐 잎에 아주 가볍게 분무해주는 정도로 관리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봄이 오자 다시 통통하게 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계절별 물주기 정리
- 봄·가을 (성장기) : 5~7일 간격, 흙이 마르면 화분 밑으로 물이 빠질 만큼 흠뻑.
- 여름 (고온다습기) : 10일~2주 간격, 흙이 완전히 바싹 마른 뒤 아침이나 저녁에 급수.
- 겨울 (휴면기) : 2~3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낮 시간에 소량만.
결론
다육식물은 물을 적게 줘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제가 직접 키워보니 적게 주는 것보다 중요한 건 계절에 맞춰 주는 것이었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조금 넉넉히, 여름에는 조심스럽게, 겨울에는 최소한으로. 이 단순한 원칙을 지키니 다육이가 계절마다 훨씬 건강하게 자라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흙과 잎이 보내는 신호를 잘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흙이 바싹 마른 건 아닌지, 잎이 쭈글쭈글한지, 줄기가 물러진 건 아닌지. 이런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일 때 다육식물은 우리의 정성을 알아주듯 다시 싱그럽게 살아납니다.
저는 다육이에게 물을 줄 때마다 마치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은 목이 말랐니? 아니면 아직 괜찮니?” 하고 속으로 물어보면, 식물이 잎으로 대답하는 듯 느껴지거든요. 그렇게 계절마다 물주기 습관을 맞춰주다 보니, 다육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따뜻하고 소중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