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자라는 식물, 즉 수경식물은 최근 몇 년 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흙 없이 유리병에 물만 넣어 키울 수 있어, 흙에 대한 부담이 있거나 인테리어 효과를 원하는 분들 사이에서 많이 선택되고 있죠. 저도 처음에는 “흙 없이 식물이 산다고?” 싶었는데, 직접 키워보니 의외로 쉽고 매력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수경재배에 잘 어울리는 식물 종류부터 실제 키우면서 느꼈던 팁들까지 정리해보았습니다. 흙 없이 깨끗하게, 그러나 생생하게 식물을 키우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수경재배에 잘 어울리는 식물 종류
수경식물이라고 해서 아무 식물이나 되는 건 아닙니다. 물속에서 잘 자라는 뿌리 구조와 환경 적응력이 있어야 오래 건강하게 키울 수 있더라고요. 제가 직접 키워보거나 주변에서 많이 추천받은 수경식물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포토스
가장 대표적인 수경식물입니다. 초록색의 하트 모양 잎이 길게 늘어져서, 병에 꽂아두기만 해도 인테리어 효과가 좋습니다. 물에서도 뿌리가 잘 뻗고, 비교적 빠르게 자라는 편입니다.
② 스킨답서스
포토스와 비슷하게 줄기식물이며, 물에서 새잎이 나는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초록에 노란 무늬가 있는 품종은 햇빛이 적은 곳에서도 잘 버텨줍니다.
③ 몬스테라 아단소니
구멍이 송송 난 독특한 잎이 특징인 식물입니다. 수경으로 키우면 뿌리가 투명하게 보이는 유리병 안에서 자라며 굉장히 예쁩니다. 단, 수경 전환 시에는 뿌리 손상 없이 조심스럽게 옮겨야 합니다.
④ 행운목(드라세나)
이름처럼 좋은 기운을 준다는 의미에서 집들이 선물로도 자주 등장하는 식물입니다. 물에서도 잘 자라지만, 줄기 밑을 자주 잘라주며 관리해야 뿌리가 예쁘게 유지됩니다.
⑤ 히아신스나 수선화 같은 구근식물
계절마다 꽃을 피우고 싶을 때 추천합니다. 투명 유리병에 구근을 넣고 물만 부어두면, 뿌리가 자라고 꽃이 피는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이비, 필레아, 마란타, 클루시아 등도 수경으로 키울 수 있지만, 처음 도전하는 분께는 포토스나 스킨답서스처럼 비교적 잘 자라고 병에 꽂기만 해도 되는 식물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 수경식물 키우는 방법 –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놓치기 쉬운 부분
처음 수경재배를 시작할 때 저는 ‘물만 넣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몇 가지 기본을 놓치면 금방 뿌리가 썩거나 식물이 시들해질 수 있더라고요. 몇 번의 실패를 통해 배운 기본 관리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물의 높이 조절
모든 뿌리를 물에 잠기게 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뿌리의 2/3 정도만 물에 담그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산소도 통하고 뿌리가 썩지 않습니다.
② 용기 선택
투명한 유리병이 시각적으로 예쁘지만, 그만큼 햇빛을 통해 조류(녹조)가 생기기 쉬운 단점도 있습니다. 저는 밝은 창가에 놓을 경우엔 유리병을 어두운 천이나 종이로 감싸서 빛을 일부 차단했습니다.
③ 물 교체 주기
물은 보통 5~7일에 한 번씩 갈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처럼 날이 더운 시기에는 물이 금방 더러워지므로 3~4일 간격으로 더 자주 갈아주는 게 안전해요. 특히 병 안에 기포나 거품이 생기면 곰팡이 위험 신호입니다.
④ 뿌리 청소
물속에 있는 식물이라도 뿌리 끝부분에 점액질이 끼거나 갈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땐 흐르는 물에 부드럽게 씻어내고, 썩은 뿌리는 잘라내 주세요. 저는 뿌리 자를 때 항상 소독한 가위를 사용합니다.
⑤ 영양 보충
수경식물은 흙이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양은 물에서 흡수해야 합니다. 맹물만 계속 사용할 경우, 식물이 자라지 않거나 잎이 노랗게 변할 수 있습니다. 저는 2주에 한 번 정도 수경식물 전용 영양제를 물에 섞어 주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너무 더운 곳에 두지 않기, 직사광선 피하기, 병 입구에 먼지 쌓이지 않게 닦아주기 등 작은 부분들이지만, 수경식물 건강에는 꽤 영향을 주더라고요.
3. 수경식물의 매력과 유지 팁 – 인테리어와 힐링을 동시에
개인적으로 수경식물을 키우며 느낀 가장 큰 장점은 청량감입니다. 흙먼지 없이 깔끔하고, 뿌리가 자라는 모습까지 그대로 보이는 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특히 여름엔 시원한 느낌을 주고, 테이블 위, 욕실 선반, 주방 한 켠 등 어디든 쉽게 배치할 수 있어 인테리어적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저는 집에 손님이 오기 전에는 수경식물을 주방 앞에 눈에 잘 띄는 곳에 옮겨 둡니다.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흙 없어도 이렇게 예쁘게 자라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때마다 뿌리 보여주면서 자랑도 하게 되고요.
또 하나 좋은 점은, 이동이 간편하고 흙 날림이 없어서 관리 스트레스가 적다는 겁니다. 이사할 때도 유리병 뚜껑만 막아서 들고 가면 되니, 번거로움이 확 줄더라고요.
물론 완전히 단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뿌리가 썩거나, 물 교체를 자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식물과 조금 더 가까이 교감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결론: 흙이 없어도 식물은 자랍니다. 그리고 더 가까워집니다.
수경식물은 단순히 ‘물에 꽂아두는 식물’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변화가 눈에 보여서 더 정감이 가는 방식이라고 느꼈습니다. 흙을 만지기 어렵거나, 깨끗하게 식물을 키우고 싶은 분들, 또는 작은 공간에서 식물로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정말 좋은 선택입니다.
물은 생명의 기본이고, 수경식물은 그 기본 위에 조용히 자라납니다. 물 위에 떠 있는 초록 잎, 아래로 뻗어 내려가는 하얀 뿌리. 그 조합은 집 안에 작은 생명을 심는 것과 같은 기분을 줍니다.
한 번쯤 흙 대신 물 위에 식물을 올려보세요.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예쁘게, 당신 곁에서 자라줄 겁니다.